“반년가까이 릴리안 제품만 사용했는데, 생리양리 줄어든 건 물론이고 생리기간도 줄고 두달전에는 부정출혈도 있어서 진료 받아보니 한쪽 난소는 부어있고 다낭성낭종도 의심된다고 하더군요. 해서 약 먹으며 치료 받았습니다. 제 생활습관이 문제겠거니 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릴리안이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릴리안 생리대 작년부터 썼는데 양도 확 줄고 주기도 짧아졌다 길어졌다 합니다. 40대라 그런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13살 딸 아이도 갑자기 생리주기가 달라졌어요. 딸아이는 친환경 면생리대 썼다가 여름에 잠깐만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했거든요...”

시민사회단체인 여성환경연대에 접수된 깨끗한나라(주)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부작용 사례다.

최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때문에 여성들이 ‘생리대 쇼크’를 겪고 있다. 릴리안으로 촉발된 생리대 불안감은 모든 생리대 제품으로 옮겨갈 조짐이다.

가정주부 최 모(41)씨는 생리대 때문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 한 달여 전 자궁경부 쪽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으면서 생리대를 바꿨는데 하필 이번에 문제가 된 릴리안 생리대였다.

최 씨는 “생리대가 수술 부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지 걱정이다. 다른 제품들은 안전한 건지 혼란스럽다”고 걱정했다.

▶ 휘발성 생리대에 불안감↑

릴리안 생리대 쇼크는 이 제품을 사용한 여성들이 생리량이 주는 등 여러 가지 건강 이상 부작용을 겪었다는 제보가 이어지며 증폭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를 받은 지 이틀 만에 2500건이 넘는 사례가 접수됐다. 릴리안 제품을 사용한 여성들이 호소한 부작용은 생리량 감소, 생리불순 등이다.

릴리안 생리대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이 같은 건강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은 끓은 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 유기화합물의 총칭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활주변에서 흔히 배출되며 생리대는 생리대를 만들 때 사용되는 접착제 등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릴리안 제품들은 지난 3월 강원대학교 연구팀 조사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방출 농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들은 릴리안 생리대 이외에 다른 제품들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지 불안해하고 있다. 10대 초부터 폐경까지 수 십 년을 사용해야 하는 생리대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모든 생리대의 성분을 공개하고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와 깨끗한나라에 생리대 사용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 생리대의 성분분석, 공정 과정에 대한 정밀한 조사, 관리규제 방안을 요구한다”며 “보다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특정 브랜드의 문제인지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반의 문제인지, 생리대 원료나 제조 공정에 유해물질 노출이 있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관리기준이 마련된 나라는 없다.

이와 관련 미국 여성환경단체가 ‘미국내 유통 생리대 유해물질 분석결과(스틸렌, 톨루엔, 클로로포름 등 휘발성유기화합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어떤 나라에서도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관리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

이처럼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생리대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의약외품 품목 중 2위를 차지했다.

식약처 집계에 따르면 치약은 5727억 원으로 전체 의약외품 생산실적의 29.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생리대 2979억 원(15.3%), 내복용제제 2977억 원(15.3%), 염모제 2389억 원(12.3%), 탈모방지제 1599억 원(8.2%) 순이었다.  

생리대는 국가별로 관리 기준이 다른데 ▶미국 의료기기 ▶유럽연합(EU) 생활용품 ▶일본 의약부외품 ▶한국 의약외품이다.

▶ 검사 결과 나오기까지 불안감 이어질 듯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는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커지자 릴리안 생리대를 수거‧검사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놓겠다고 23일 밝혔다.

식약처는 올해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 검사 계획 53품목’에 릴리안 생리대를 추가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생리대 품질 검사 항목은 형광증백제, 산·알카리, 색소, 포름알데히드, 흡수량, 삼출 등 9개 항목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의 정기적인 품질 점검을 진행해 왔다. 식약처가 2015년∼2016년 깨끗한나라 생리대(35품목)를 포함한 생리대 252품목을 수거해 품질관리 기준 적합 여부를 검사한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었다.

특히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4∼5월에 깨끗한나라 생리대 4개 품목에 대해 검사한 결과에서도 적합 결과가 나왔다. 4개 품목은 릴리안슈퍼롱오버나이트, 릴리안순수한면팬티라이너무향롱, 릴리안팬티라이너베이비파우더향슈퍼롱에이, 릴리안팬티라이너로즈향슈퍼롱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부터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생리대에 함유될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의 검출량 및 위해성 평가를 진행 중에 있다“며 ”평가 결과 발표 시기를 당초 계획인 2018년 11월 보다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가 이번에 진행할 생리대 평가 주요 내용은 ▲원료나 제조 과정에서 잔류할 수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에 대한 분석법 확립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중 해당성분 함유량 조사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릴리안 생리대 쇼크가 커지면서 대용품인 생리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생리컵은 9월 중 허가가 날 예정이다.

아울러 소비자 알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생리대‧탐폰 등에 대한 모든 성분을 표시토록 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이 법안이 빨리 시행돼야 소비자의 생리대 선택권이 강화될 전망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리대 등 의약외품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http://www.drugsafe.or.kr/)으로 이상 사례를 보고할 수 있다. 

한편 릴리안 생리대를 생산하는 깨끗한나라는 28일부터 생리대 전 제품을 환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환불 방법은 28일 오후 2시부터 깨끗한나라 본사 소비자상담실로 신청 접수하면 된다. 구매 시기나 영수증 보관 여부 상관없이 환불 받을 수 있다. 깨끗한나라 소비자상담실 080-082-2100.

황운하 기자  prmc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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