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의무지원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국내 동계스포츠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이영희 최고의료책임자는 지난 29일 연세대학교 스포츠과학관에서 열린 ‘제2회 한국동계스포츠안전학회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영희 최고의료책임자는 연세스포츠과학 및 운동의학연구소장이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다.

한국동계스포츠안전학회는 의사‧치과의사‧스키선수 등 동계스포츠 안전에 관심이 많으면서 전문성을 갖춘 동계스포츠 마니아들의 학술단체다. 2015년에 창립했으며, 현재 15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영희 최고의료책임자를 포함한 한국동계스포츠안전학회 많은 회원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의무지원에 나선다. 선수들이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를 당하면 신속하게 출동해서 응급처치를 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의무지원에 나선 학회 회원들은 모두 생업을 뒤로한 채 시간을 낸 자원봉사자다. 학회 회원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의무지원을 위해 2년여 전부터 자비를 들여서 국내‧외에서 훈련을 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국제스포츠연맹 등과 소통하면서 의무지원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계스포츠 의무지원을 위한 경기장 환경개선 및 필요한 의료진 수와 위치, 안전장치, 구조방법 등을 국제적 수준으로 매뉴얼화 했다. 지난해 강원도 정선 스키장에서 있었던 시범 경기에서 의무지원을 성공적으로 마쳐 스키 선진국들의 인정을 받은 바 있다.

동계올림픽 의무지원을 ‘의무’라고 여기는 학회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끌어낸 결과다.

29일 열린 심포지엄은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의무지원 교육’을 주제로 진행됐다. 세부적으로는 ▶의무지원 체크포인트 ▶상황별 응급처치 ▶설상종목 테스트 이벤트 등을 다뤘다.

지난 29일 연세대 스포츠과학관에서 열린 한국동계스포츠안전학회 심포지엄.

 심포지엄에서 ‘대회 의무 책임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 코리아정형외과 은승표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스키 활강 경기 때 최고 속도는 약 140km에 달해서 경기 중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최대 15분 내에 이송을 완료해야 한다”며 “대회 운영 및 의무지원을 위한 소프트‧하드웨어가 총체적으로 잘 맞물려서 준비되고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계올림픽에선 총 15종목에서 100여 개의 경기가 진행된다. 설상과 빙판에서 진행되는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굉장히 빠른 속도를 내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전신의 다양한 부위의 골절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경기 운영에 대해 발표한 박희진 전 스키국가대표는 양쪽 팔이 부러진 적도 있으며, 엄지손가락 뼈에 아직도 볼트를 박고 있다고 부상 경험을 소개했다. 박 선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박희진 선수는 프리스타일을 비롯한 모글‧하프파이프 등 다양한 동계올림픽 종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스키장에 눈이나 비가 올 땐 선수들의 고글에 달라붙어서 위험성이 평소보다 몇 배 커질 수 있다”며 “의무지원자들은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 모습에 감탄하면 안 되고, 부상 당한 선수에게 가장 신속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체대 이준희 교수(대한장애인스키협회 이사)는 평창동계패럴림픽과 관련 장애인 스키선수들의 특징과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대처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학회에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의무부장을 지낸 마이크 윌키슨과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모글 동메달리스트인 한국계 토비 도슨이 참석해 경험담을 공유했다. 토비 도슨은 현재 한국 스키국가대표 모글 코치를 맡고 있다.

한국동계스포츠안전학회를 중심으로 한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의무지원단은 올림픽 개최 전까지 지속적인 회의를 갖고 선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할 계획이다.

안전한 동계올림픽을 위한 의무지원 시스템 마련은 국제적인 행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계스포츠 경기장 운영과 안전 프로토콜이 확립되면 일반인도 동계스포츠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한국동계스포츠안전학회는 학회 활동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계스포츠 안전에 대한 매뉴얼을 체계해서 확산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국가에도 시스템을 전수하는 게 목표다.

한편 제23회 동계올림픽인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강원도 평창‧강릉‧정선 일대에서 치러지며, 총 15개 종목에서 102개 경기가 펼쳐진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은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며, 6개 종목에서 80개 경기가 진행된다. 

황운하 기자  prmc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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