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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허대석 교수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내달 4일 ‘연면의료결정법’ 시행···병원에서의 임종을 함께 고민

오는 2월 4일 국내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며,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커진다.

기존에는 환자의 죽음에 대해 의사와 가족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하지만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죽음에 대한 선택이 상당 부분 환자에게 넘어오면서 환자와 가족의 가치관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반면,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두렵고 절망스러운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30년간 수많은 환자의 생사를 지켜본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가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을 출간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겪게 될 일을 함께 고민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제1장 죽음을 맞는 어떤 풍경 ▶제2장 분쟁―존엄사인가, 안락사인가 ▶제3장 나의 죽음은 내가 결정한다: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제4장 연명의료결정법,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제5장 돌봄의 가치: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를 받는 사람들 ▶제6장 삶은 어떻게 마무리되는가로 구성됐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유쾌하지도 않을 뿐더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리고, 한 해 사망자의 약 90%가 암을 포함한 만성질환으로 죽는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병원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는 어느덧 임종기 환자들에게까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는 것으로 이어져, 존엄사 및 호스피스 제도 문제와 맞물려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20년간 사회적 협의와 공청회를 거쳐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이 법의 존재를 모르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심지어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조차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시행령‧시행규칙에 관련서식까지 합하면 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복잡한 법이고, 3년까지 실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벌칙조항도 있다.

허 교수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은 법만 시행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범사업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장기간 병고에 시달려온 말기 환자에게 임종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서명을 받는 것은 환자에게 고통만 더한다고 여겨져 차마 서류 작성을 못 하는 게 현실인데, 환자 본인 서명이 없으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임상 현장에서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지만 법에 따르면 호스피스 신청은 말기를 기준으로, 연명의료결정은 임종기로 정해 혼선이 우려된다. 아울러 규제 및 벌칙 조항이 많고, 상당한 문서작업을 요구하는 등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허 교수는 주장한다.

이 책은 연명의료와 관련된 용어 및 개념, 다른 나라 제도와의 비교,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다룬다. 생생한 사례와 거기에 읽힌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를 위해 1998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창립에 기여했으며, 회장으로 활동했다. 의료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져 2005년부터 ‘사회 속의 의료’ 블로그에 다양한 글을 올리고 있다.

허 교수가 그동안 써온 글과 자료를 정리해 책을 펴낸 것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 대부분이 경험하게 될 병원에서의 임종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술 중심으로 발전해온 한국 의료가 직면한 문제점 중 임종과 관련된 의료 및 사회제도적 측면에 대해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연명의료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들어주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또 내게 주어진 현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다시금 깨우쳐 줄 것이다.

한편 허대석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진행기 암 환자를 항암제로 치료하는 종양내과학이 세부 전문 분야로 30여 년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로 일하면서 많은 환자의 죽음을 지켜봤다.

말기 암 환자 가족상담 모임을 1990년대 초반에 시작해 ‘등불모임’이라는 봉사 조직으로 발전시켰고,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서울대학교병원 호스피스실 실장을 맡았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 소장, 대한종양내과학회 회장,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8~2011년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을 맡아 사회적 가치에 기반 한 근거중심보건의료를 확립하는데 노력했다.

허대석 지음 / 글항아리 / 1만4000원

황운하 기자  prmc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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