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 같은 고통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언젠가는 지나가는데, 죽음으로 삶을 마치면 그 고통이 없어지리라 생각해도 그 고통은 남아 있는 가족들을 더욱 괴롭게 하니, 자살은 하지 말라고 간곡히 피눈물로 말한다.” (자살유가족 수기집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중에서)

자살로 가족을 잃은 자살유가족들이 우울·불안‧비난 같은 정신장애와 호흡곤란‧두근거림‧전신피로 등 신체질환이 심각해서 이들을 위한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자살유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살유가족 지원체계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국내 자살 사망자 1명에 5~10명의 자살유가족이 있다고 가정하고 매년 8만 명 이상, 과거 10년간 최소 70만 명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자살자는 1먼3513명, 지난 10년간은 13만8505명이다. 

자살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 등에 더해 죄책감, 분노, 사회적 관계의 단절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일반인보다 우울증은 7배, 자살위험은 8.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번 실태조사의 주요 내용 중 자살유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가족 간 대화단절, 상호비난 등 가족관계 악화에 있다.

특히 가족 자살 후 3개월~1년 동안 가족 내 분위기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인관계 단절 또는 회피를 경험하고 업무효율성 저하 등 직업 수행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자살유가족은 사고 발생 후 우울·의욕저하‧불면‧분노·기억력저하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호흡곤란·두근거림‧두통‧전신피로·위궤양‧고지혈증‧고혈압 등 신체질환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살유가족들이 가장 지원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정신건강 변화(58%), 가족 관계 변화(44.9%), 직업·경제적 변화(34.8%) 순이었다.

사고 직후부터 3개월까지는 장례·이사 등 행정 처리, 3개월 이후부터는 직업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도움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종서)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살유가족에게 1인당 140만 원(최대 300만원)의 심리상담 및 정신과 치료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자 중 상담서비스에 동의한 환자들에게도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복지부와 협력해 자살예방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자살로 생명을 잃은 고인 뿐 아니라 많은 유가족들이 자살이라는 사회문제의 피해자로 남아 있다”며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예방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자살예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치료비 등 지원이 필요한 자살유가족은 전국 241개소의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지역 자살예방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또는 보건복지콜센터 129.

복지부는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을 통해 자살 원인을 심층 분석해서 자살유가족에 대한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심리부검센터(www.psyauto.or.kr) 02-555-1095~1098.

황운하 기자  prmco@naver.com

<저작권자 © 헬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