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6년부터 만 12세 이상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인(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virus) 백신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접종 대상 중 약 24%는 접종을 하지 않았다. 특히 미접종자 중 84%는 무료접종인지 알면서도 접종하지 않았고, 84% 중 73.5%는 부작용 걱정 때문에 접종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HPV 백신 미접종자 보호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하며, 현재까지 HPV 백신 접종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은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였던 2003년생 여성청소년 중 미접종자(총 23만7000명 중 9만8000명)의 보호자 1000명을 시‧도별로 비례할당 추출해 전화 조사했다.

그 결과 미접종 사유는 백신에 대한 부정적 정보 노출, 신뢰 정도에 따른 부작용 우려, 자궁경부암 인식 정도, 지역 특성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우려와 관련 작년 2003년생의 1차 접종률은 58.5% 였고, 미접종자의 84%는 무료접종이 지원되는 것을 알면서도 접종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73.5%)가 ‘예방접종 후 부작용 걱정’을 꼽았다.

이와 관련 뉴스·인터넷 등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는 보호자들이 부작용 우려 때문에 접종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8.1%로, 관련 정보가 없던 보호자의 61.4%보다 높았다.

이는 보호자들이 백신에 대해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많이 접하고, 긍정적 정보 보다 부정적 정보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자궁경부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도 백신 접종률에 영향을 줬다.

자궁경부암 환자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3500여 명이 발생하고, 이중 매년 900여 명이 사망한다. 다행히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 심각한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는 60.5%로 위험도 인식이 높지 않았고, 백신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보호자도 45.7%에 불과했다.

자궁경부암 관련 인식이 높지 않은 이유는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후 자궁경부암 발병까지 십 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 만 12세인 자녀의 암 발생 위험과 백신의 유용성을 즉시 체감하지 못하는 보호자가 많은데 있다.

또 보수적인 성 문화 때문에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도 미접종 사유에 대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작용 우려 때문에 접종하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은 제주(88.6%), 대전(85.4%), 세종(84.8%)이 높았다.

‘의료기관에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 접종을 못했다는 응답은 대전이 4.9%에 불과한데 비해서 전남(28.2%), 경북(24.4%), 충남(24.4%)이 높아 지역별 차이가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HPV 백신의 부정적이고 잘못된 정보에 많이 노출된 이유는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내용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를 중심으로 유포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에 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일본 등 해외 보건당국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보행장애 등 증상과 관련이 없다고 밝힌 정확한 정보는 커뮤니티에 잘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도입 후 약 50만 건이 접종됐지만 사망이나 장애를 초래하는 중증 이상반응은 한 건도 없었다”며 “많은 보호자들이 부작용을 걱정해 접종을 주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HPV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 신고 37건 중 긴장이나 통증으로 인한 접종 직후 일시적인 실신이 14건으로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레르기 6건, 어지럼증 3건, 주사부위 통증 3건 순으로 신고됐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공인식 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의 장애요인으로 파악된 여성청소년 보호자들의 불신과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교육당국의 협조를 통한 안내, 우편물·SMS 등을 통한 개별 안내를 방학과 연휴 기간 전에 집중적으로 실시하면서 보호자들이 궁금해 하는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운하 기자  prmc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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